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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t 242d5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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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file line number | Diff line number | Diff line chan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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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 +1,6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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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ug: geultto-life-map | ||
title: "[글또] 삶의 지도 - 정보현" | ||
unlisted: tru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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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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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10기 지원을 위한 '삶의 지도'입니다. | ||
지난 7월 작성했던 제 블로그 [첫 글](first-post)의 내용을 재구성하고 확장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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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등학교 - 예술대학 - 개발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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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단어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발자취입니다. 언뜻 보기에 연결점 하나 없이 우연히 나열된 단어로 보이지만, 저의 선택에는 매번 나름의 이유가 있었답니다. 그렇게 넓다는 세상에서 서로 다른 영역을 탐색할 수 있었던 기회에 감사하며, 저는 또 이 다음을 어떤 이야기로 삶을 채워갈 지 상상해보곤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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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입니다. 스스로의 삶의 궤적을 설명하는 건 우리에게 익숙한 일이자 앞으로도 평생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에겐 스스로를 정의할 뚜렷한 단어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브랜딩해야 합니다. 저는 가끔 이것을 지금껏 마음 가는 대로 살아온 대가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비교적 쉽게 정의되는 삶을 살 기회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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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서 좋아하는 사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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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 부터 말하자면, 저는 설명서를 참 좋아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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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서를 한 번 들여다보세요. 그 안에는 제품을 '제대로', '잘' 사용하기 위한 방법 뿐 아니라 제품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가 담겨있습니다. 여러 언어권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설명서가 그림과 기호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가장 훌륭한 기술 제품들은 반드시 기술적으로만 훌륭하지는 않죠. 설명서는 우리가 제품을 사용하는 여정의 처음과 끝을 함께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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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의 모든 공산품과 서비스에 대해, 설계 의도와 기능 그리고 브랜딩 텍스트를 살펴보기 전에는 손을 대지 않는 편입니다. 첫 차를 사고서, 일단 차는 모셔두고 설명서를 1페이지부터 정독하는 모습을 친구들이 신기해했던 게 기억납니다. 식당에서 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메밀의 효능' 같은 걸 읽는 게 습관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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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제가 제품을 향유하는 방법입니다. 좋은 설명서를 보면 제품을 사용하기 전부터 이미 기분이 좋답니다. 그만큼 저는 제품 설명을 사용자 경험의 중요한 일부로 여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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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등학교 - 예술대학 - 개발자의 길을 거쳐온 사람의 면모가 조금은 보이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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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하는 개발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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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심과 성향은 제가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고 난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저는 개발에 참여하는 제품과 관련한 다양한 종류의 설명을 직접 해볼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녔습니다. 그동안 짧거나 길게 경험해봤던 일들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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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2B, B2C, 인터널 제품에 대한 사용 가이드, API 레퍼런스 문서 및 릴리즈노트 작성 | ||
- SDK 활용 예제 코드 작성 및 데모 어플리케이션 제작 | ||
- 제휴사 및 개인 크리에이터 기술지원 세션 | ||
- 사내 기술과제 발표를 위한 자료 작성 | ||
- 회사 기술블로그, 리서치 아카이브 기고 프로세스 운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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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는 팀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항상 설명의 힘을 믿어왔습니다. 회사가 헛바퀴 돌지 않으려면, 조직의 역할과 일의 목적을 각자가 이해하고 정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팀의 구성원으로서 저는 항상 설명하는 리더를 지지했습니다. 또 팀을 맡았을 때는, 제가 설명에 할애하는 시간이 그 설명을 참조하는 팀내외 구성원들의 숫자만큼 배로 시간을 아껴준다는 신념으로 일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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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저는 팀 내 프로젝트의 [Readme](https://tom.preston-werner.com/2010/08/23/readme-driven-development.html)를 작성한다든지, API 변경점에 대해 정제된 마이그레이션 가이드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일을 가치 있게 여겼습니다. 또 회의 전에 안건을 사전 공유하고, 회의 후에 회의록을 공유하는 일과 팀의 문서 베이스를 주기적으로 최신화하는 일을 중요시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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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서, 무언가 설명하는 일들을 할 때 저는 만족감과 효능감을 느껴왔습니다. 그 동안 ‘소통 역량’ 항목에서 항상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기에 저는 그것을 개발 조직 안에서 살아갈 특별한 무기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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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성 확장의 필요성 - 개발자를 넘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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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조직의 멤버로 저같은 사람 하나쯤 두는 건 나쁘지 않은 구색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커리어 확장에 대한 욕심이 나기 시작했어요. ‘개발 조직에서의 소통’을 내 특기라 할 수 있다면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영향력을 넓히고 싶어졌습니다. 그랬더니 막상 제 커리어 패스에서 개발자로서는 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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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즈음, 백엔드 개발자 면접에서 면접관이 물었습니다. ‘팀에 합류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저는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API 문서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먼저 파악하고 개선하겠습니다. 또 API에 의미 없는 요청 파라미터나 응답 필드가 있다면 정리하겠습니다.’ 면접관은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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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간들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건대 개발자로서는 ‘소통 역량’이 회사에게도 저에게도 본질적으로 더 좋은 밥을 먹여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 동안 제가 무기로 여겼던 장점이 ‘제가 이래 보여도 사람은 착합니다’를 말하는 수준으로 뭉툭해보이기까지 하더군요. 제 장점을 살려 전문성을 쌓고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는, IC 개발자를 넘어 다른 직무로 전직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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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차, 커리어 여정은 진행 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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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을 위한 탐색과 시행 착오는 진행 중이며 쉽지만은 않습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어쩌면 일하는 동안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경험과 스킬을 바탕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러 선택지를 조금씩 두드려보고 있으며, 이젠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도 같습니다. 큰 틀에서 '기술 콘텐츠를 활용한 개발자 경험(Developer Experience)을 설계'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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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방향을 선택하든지, 저는 항상 그래왔듯 후회 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다 언젠가 또 다음 여정을 고민하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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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또 10기에 지원하는 이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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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또 10기에 지원하는 이유는 심플합니다. 서두에 언급했듯 저는 스스로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품에 대한 글은 몇 번 써봤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게시하는 습관을 가진 적은 없습니다. [첫 글](first-post)을 올리고서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이렇게 글또에 지원하는 기회가 되어서야 수정된 버전을 작성하고 있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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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와 같거나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저뿐일 리 없기에, 글또 활동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앞으로 함께 나아갈 동지를 찾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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