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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d": "2023_11_KICE_27-30",
"paragraph": "밤이 깊어지면, 시장 안의 가게들은 하나씩 문을 닫고, 길가에 리어카를 놓고 팔던 상인들은 제각기 과일이나 생선, 채소들을 끌고 다리 위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A](그 모양을 이만큼에 서서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바라보면, 리어카마다 켜져 있는 카바이드 불빛이, 마치 난간에 무슨 꽃 등불을 달아 놓은 것처럼 요요하였다.) 돈이 없어도 염려가 안 되는 곳. 그 사람들은 대부분 어머니를 알았다. 모르는 사람들도 곧 알게 되었다. [B](벽오동집 아주머니. 오동나무 아주머니.) 그렇게 어머니를 불렀다. 어느새 나무는 그렇게도 하늘 높이 자라서 저기만큼 걸린 매곡교 다릿목에서도 그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를 올려다볼 만큼 되었던 것이다. [C](거기다가, 우리 집에서 날아간 오동나무 씨앗이 앞뒷집에 떨어져 싹이 나고, 어느 해 바람에 불려 갔는지 그보다 더 먼 건넛집에도, 심지 않은 오동나무가 저절로 자라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우리 동네를 벽오동촌이라고 별명 지었다. 그것은 어쩌면 이 가난한 동네의 한 호사였는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혼인하시고, 작천의 친정 어머니를 남겨 두신 채, 신행 후에 전주로 돌아와 맨 처음 터를 잡은 곳이 바로 이 천변이었다. [D](동네 뒤쪽으로는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앞 쪽으로는 흰모래 둥근 자갈밭을 데불은 시냇물이 흐르며 거기다 시장까지 가까운 이곳은, 삼십 년 전 그때만 하여도, 부성 밖의 한적하고 빈한한 동네였을 것이다.) 물론 우리도 중간에 집을 고치고, 이어 내고, 울타리를 바꾸었 으나, 그저 움막처럼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얽은 뒤, 풍우나 피하자는 시늉으로 지은 집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 울타리 안에서 해마다 더욱더 무성하게 자라는 오동나무는 유월이면, 아련한 유백색의 비단 무늬 같은 꽃을 피웠다. 그윽한 꽃이었다. 그 나무는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았다. 나를 낳으시던 해, 지팡이만 한 나무를 구해다가 앞마당에 심으시며 “기념.” 이라고 웃으셨다는 아버지. “처음에는 저게 자랄까 싶었단다. 그러던 게 이듬해는 키를 넘드라.” 해마다 이른 봄이면, 어린아이 손바닥만 하던 잎사귀가 어느 결에 손수건만 해지고, 그러다가 초여름에는 부채처럼 나부낀다. 그리고 가을에는 종이우산만큼이나 넓어지는 것 같았다. 하늘을 덮는 잎사귀, 그 무성한 잎사귀들……. 그 잎사귀 서걱거리는 소리가 골목 어귀 천변에까지 들리는 성싶었다. 어머니는 물끄러미 냇물만 바라보고 계시더니, 문득 고개를 돌려, “영익이 언제 다녀갔지?” 하고 물으셨다. [E](“사흘 됐나? 그저께 아니었어요?” 어머니는 어둠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어머니의 고개는 무거워 보였다.) “참, 어머니 지금 저기, 불빛 뵈는 저 산마루에 절, 저기가 영익이 있는 데예요?” 나는 동편 산마루의 깜박이는 불빛을 가리키며 무심한 듯 물었다. “아니다. 그건 승암사라구 중바위산 아니냐. 그 애 공부하는 덴 이 오른쪽이지…… 기린봉 중턱에 있는 절이야. 여기서는 잘 뵈지도 않는구나.” 그러면서 어머니는 눈을 들어, 어두운 밤하늘에 뚜렷한 금을 긋고 있는 산줄기를 바라보셨다. 산은 검고 깊었다. 동생 영익이는 벌써 이 년째 그 산속의 절에서 사법 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말이 없고 우울한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저께 집에 내려와, 이사 날짜가 결정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더니 “내가…….” 하고 무슨 말을 이으려다 말고 그냥 산으로 올라갔었다. 그때 영익이의 말끝에 맺힌 숨소리는 ‘흡’ 하고 내 가슴에 얹혀 아직도 내려가지 않은 것만 같았다. 우리가 이사하기로 된 집의 구조는 지극히 천박하였다. 우선 대문이 번화한 도로변으로 나 있는 데다가 오래되고 낡아서 녹이 슨 철제였다. 그것은 잘 닫히지도 않아 비긋하니 틀어진 채 열려 있었다. 그리고 마당은 거의 없다는 편이 옳았다. 그나마 손바닥만 한 것을 시멘트로 빈틈없이 발라 놓았고, 방들은 오밀조밀 붙어 있어 개수만 여럿일 뿐, 좁고 어두웠다. 그중에 한 방은 아예 전혀 채광 통풍조차도 되지 않았다. 그것도 원래는 창문이었는데, 아마 바로 옆에 가게를 이어 내느라고 막아 버린 모양이었다. 그 가게란 양품점으로, 레이스가 많이 달린 네글리제와 여자용 속옷, 스타킹 따위를 고무 인형에 입혀 세워 놓은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가게를 중심으로 앞뒤에 같은 양품점들이 늘어 서 있고 그 옆에는 양장점, 제과소, 음식점, 식료품 잡화상들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불규칙한 마찰음, 무엇이 부딪쳐 떨어 지는 소리, 어느 악기점에선가 쿵, 쿵, 울려 오는 스피커 소리…… 끼익, 하며 숨넘어가는 자동차 소리. 한마디로 그 집은, 아스팔트의 바둑판, 환락과 유행과 흥정의 경박한 거리에 금방이라도 쓸려 버릴 것처럼 위태해 보였다. 그리고 우리가 이제 이사 올 집이라고, 그 집 문간에 웅숭 그리고 서서 철제 대문 사이로 안을 기웃거리며 들여다보는 우리들은 어쩐지 잘못 날아든 참새들 같기만 하였다. - 최명희, 쓰러지는 빛 -",
"type": 1,
"problems": [
{
"question": "윗글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choices": [
"‘영익’은 가족의 상황을 알고서도 제 생각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는다.",
"‘어머니’는 아들이 출가하여 소식이 끊긴 뒤 그의 근황을 궁금 해 한다.",
"‘나’는 동생의 말을 듣고서 그가 현재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알게 된다.",
"‘시장 안의 가게들’은 밤늦게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드는 곳이다.",
"‘천변’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할 때부터 사람들이 북적였던 번화한 동네이다."
],
"answer" : 1,
"score": 2
},
{
"question": "[A]~[E]의 서술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choices": [
" [A] : ‘이만큼에 서서’와 ‘바라보면’을 보면, 서술자가 대상을 지각할 수 있는 위치에서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 : 호명하는 말을 각각 하나의 문단에 서술하여, 그 호칭이 두드러져 보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C] :‘나’와 ‘우리’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서술자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D] :‘동네였을 것이다’를 보면, 서술자가 과거 상황에 대해 확정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추측의 의미를 담아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E] : 누가 한 말인지 명시하지 않은 것을 보면, 대화 상황에서 말하는 이와 서술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answer" : 5,
"score": 2
},
{
"question": "윗글의 ‘오동나무’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choices": [
"‘나’가 계절의 자연스러운 변화와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되는 경험적 대상이다.",
"가난한 마을이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호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경제적 기반이다.",
"‘어머니’가 결혼 후에 심고 정성을 다해 키워 내어 무성해진 애착의 결실이다.",
"동네 사람들이 마을의 특징에 부합한 별명을 자기 마을에 붙일 때 적용한 단서이다.",
"‘아버지’가 자식을 얻은 기쁨을 이웃과 나눌 생각에 마을 곳곳에 심은 상징적 기념물이다."
],
"answer" : 1,
"score": 2
},
{
"question": "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question_plus": "집에 대한 정서적 반응은 집의 구조, 주변 환경, 거주 기간 등의 요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집의 내 외부 와 관계를 맺으며 충분한 시간 동안 쌓은 경험들은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정서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며, 다른 낯선 공간에 대한 정서적 반응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쓰러지는 빛 은 이사할 처지에 놓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집에 대한 ‘나’의 정서적 반응을 보여 준다.",
"choices": [
"‘나’가 ‘천변’ 집에 살면서 추억을 형성해 온 시간들은, 이사 할 처지에 놓인 현재의 상황을 불편하게 여기는 요인이 될 수 있겠군",
"‘집을 고치’던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가 ‘천박’한 집의 여건을 살펴보는 것에서, 거주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 낯선 공간에 친숙해지고자 하는 ‘나’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겠군.",
"‘서걱거리는 소리’와 ‘불규칙한 마찰음’에서 드러나는 집 주변 환경의 차이는, 두 집에 대해 ‘나’가 느끼는 친밀감의 차이를 유발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겠군.",
"‘창문’을 ‘막아 버린’ 방은 ‘채광 통풍조차’ 되지 않는 속성으로 인해,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한 ‘나’의 정서적 반응과는 다른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겠군.",
"‘우리들’의 상황이 ‘잘못 날아든 참새들 같’다고 한 것은, 변화될 거주 여건을 낯설어하는 심리를 비유적으로 드러낸 것 이라 할 수 있겠군."
],
"answer" : 2,
"score": 3
}
]
},
{
"id": "2023_11_KICE_31-34",
"paragraph": "(가) 한여름 채전으로 ㉠(가 보아라) 수염을 드리운 몇 그루 옥수수에 가지, 고추, 오이, 토란, 그리고 울타리엔 덤불을 이룬 넌출 사이로 반질반질 윤기 도는 크고 작은 박이며 호박들! 이 ㉡(지극히) 범속한 것들은 제각기 타고난 바탕과 생김새로 주어서 아낌없고 받아서 아쉼 없는 황금의 햇빛 속에 일심으로 자라고 영글기에 숨소리도 들릴세라 적적히 여념 없나니 ㉢(과분하지 말라) 의혹하지 말라 주어진 대로를 정성껏 충만 시킴으로써 스스로를 족할 줄을 알라 오직 여기에 목숨의 유열과 천지와의 화합에 있거니 한여름 채전으로 가 보아라 나비가 심방 오고 풍뎅이가 찾아오고 잠자리가 왔다 가고 바람결에 스쳐 가고 그늘이 지나가고 비가 내리고 햇볕이 다시 나고 …… 이같이 ㉣(많은 손님들)의 극진한 축복과 은혜 속에 이 지극히 범속한 것들의 지극히 충족한 ㉤(빛나는 생명의 양상)을 한여름 채전으로 와서 보아라 - 유치환, 채전(菜田) - (나) [A](우리는 썩어 가는 참나무 떼, 벌목의 슬픔으로 서 있는 이 땅) 패역의 골짜기에서 서로에게 기댄 채 겨울을 난다 [B](함께 썩어 갈수록 바람은 더 높은 곳에서 우리를 흔들고) [C](이윽고 잠자던 홀씨들 일어나 우리 몸에 뚫렸던 상처마다 버섯이 피어난다) 황홀한 음지의 꽃이여 [D](우리는 서서히 썩어 가지만 너는 소나기처럼 후드득 피어나 그 고통을 순간에 멈추게 하는구나) 오, 버섯이여 [E](산비탈에 구르는 낙엽으로도 골짜기를 떠도는 바람으로도) [F](덮을 길 없는 우리의 몸을 뿌리 없는 너의 독기로 채우는구나) - 나희덕, 음지의 꽃 -",
"type": 1,
"problems": [
{
"question":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choices": [
"사물의 모습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중심 제재에 대한 예찬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을 통해 중심 제재를 바라보는 비관적 태도를 암시하고 있다.",
"풍경을 관조적으로 응시하는 시선으로 중심 제재의 외적 아름 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행위에 대한 우호적 관점을 토대로 중심 제재의 심미적 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장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화하여 중심 제재와의 정서적 거리를 부각하고 있다."
],
"answer" : 1,
"score": 2
},
{
"question": "㉠~㉤의 시적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choices": [
"㉠을 반복하고 변주하여 ‘채전’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려는 화자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을 수식어로 반복하여 ‘범속한 것들’로부터 ‘충족한’ 느낌을 받는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에서 부정 명령형을 사용하여 ‘주어진 대로’ ‘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는 화자의 인식을 제시하고 있다.",
"㉣에서 사물을 인격화하여 ‘극진한 축복과 은혜’와 대비되는 화자의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
"㉤에서 관념을 시각화하여 ‘목숨의 유열과 천지와의 화합’이 이루어진 대상에 대한 화자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
"answer" : 4,
"score": 2
},
{
"question": "[A]~[F]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choices": [
"[A]에서 참나무가 벌목으로 썩어 가는 모습은, [B]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모습과 순환적 관계를 형성한다.",
"[B]에서 참나무의 상태에 변화를 가져온 움직임은, [C]에서 버섯이 피어나는 상황과 순차적 관계를 형성한다.",
"[C]에서 참나무의 상처에 생명이 생성되는 순간은, [D]에서 나무의 고통이 멈추는 과정과 대립적 관계를 형성한다.",
"[D]에서 참나무의 모습에 일어난 변화는, [E]에서 낙엽이나 바람이 처한 상황과 인과적 관계를 형성한다.",
"[E]에서 참나무의 주변에 존재하는 사물들은, [F]에서 나무를 채워 주는 존재로 제시된 대상과 동질적 관계를 형성한다."
],
"answer" : 2,
"score": 2
},
{
"question": "<보기>를 바탕으로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question_plus": "생명 현상을 제재로 삼은 시는 대체로, 생명체들의 풍요로움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거나, 생명 파괴의 현실을 극복하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가)는 만물의 조화로운 성장과 충만한 생명력에 자족하는 태도를, (나)는 인간의 욕망에 의한 상처와 고통으로 황폐화된 현실을 강인한 생명력이 피어나는 공간으로 변화 시키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두 양상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생명의 모습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지향성을 지닌 다고 할 수 있다.",
"choices": [
"(가)의 ‘한여름’은 생명체들의 풍요로움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나)의 ‘겨울’은 생명 파괴의 현실을 이겨 내는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군.",
"(가)의 ‘울타리’는 만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드러내는 경계로, (나)의 ‘골짜기’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장소로 제시 되어 있군.",
"(가)의 ‘넌출’은 어우러진 생명체들이 현실의 삶에 자족하게 되는, (나)의 ‘홀씨’는 공존하던 생명체들이 흩어지게 되는 계기를 드러내고 있군.",
"(가)의 ‘그늘’은 만물이 성장을 이루어 가는 배경으로서의, (나)의 ‘음지’는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군.",
"(가)의 ‘비’는 생명의 충만함과 조화로움을 갖게 하는, (나)의 ‘소나기’는 황폐화된 현실에 생명력을 환기하는 대상으로 표상 되어 있군."
],
"answer" : 3,
"score": 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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